토요일임에도 꽤나 일찍 일어났다. 밖은 볕이 뜨거운데 방안에 나는 춥다.
나는 화장실 청소 하고 밥도 지어 먹었다. 엄마가 보내준 반찬을 먹었다.
서두르지 않고 집을 나섰는데 20분이나 일찍 나왔다 집 앞 51번 버스가 배차간격이 길어서 일찍 나와도 상관 없다. 날이 좋은 가을의 거리를 거닐며 나는 불광역으로 갔다. 혁신파크에서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이 있다. 나는 그를 보자 손이 너무나 떨렸다. 유투브에서 봤던 한받이랑 똑같았다. 그는 음악 세팅을 하고서 외쳤다. 나도 외쳤다. 다같이 춤을 췄다. ‘돈만아는 저질’을 마지막으로 30분이 지나가버렸다. 나는 무대 뒤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는 관계자들과 대화 중이었다. 한받님의 또다른 팬 남자분과 대화를 나눴다. 매니아 기질이 드러나는 사람이었다. 나는 한받님께 사진 요청을 했고 또다른 팬분이 한받님과 나를 찍어주셨다. 어색하게 찍히고선 사인 해달라 했다. 한받님과 잠깐 대화 해봤는데 다른 이의 말에 경청하려는 태도가 좋게만 보였다. 비합리적인 것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둥 용기를 얻었다는 둥… 어순도 뒤죽박죽하게 말했지만 잘 들어주셨다.
전날 만유인력 계정에 막쿱(만리돈 예술인 협동 조합 주택) 축제를 한다기에 나는 그곳을 향했다. 그곳해는 외부인이 나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내게 관심을 가져주었고 친절했다. 오사카에서 오신 분이 내게 오꼬노미야끼를 대접했다. 구석에서 홀로 먹고 있었는데 다른 분이 나를 챙겨주셔서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이들이었지만 다들 예술을 하고있었다. 영화감독, 디렉터, 건축가, 시인… 등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지만 적극적이지 못한 나는 듣기만 했다.
그들은 한받의 위대함을 모르는게 아니던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한받이 도착했고 조금 있다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한받님과 나, 영상, 음악, 아마츄어증폭기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는건 왜일까. 처음 황홀경을 듣고서 빠졌다고 하니 본인의 음악이 좋게 들리기에는 어려울텐데 신기하다고 그랬다. 나는 극좌표 앨범을 듣고서 왜인지 나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추측을 했지만 어느정도 추측이 맞았다. 그는 습관인지는 몰라도 내 얘기에 공감 해주었고 나도 그의 생각들이 공감 갔다. 자신은 20대 후반에 음악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으니 나는 20대 초반이니 더 좋은 곡들 만들 수 있을거란 얘기를 해주셨다. 아, 가사집 얘기도 했는데 만유인력 책방에 가서 가사집 주겠다고 했다. 그와 했던 대화를 다 기억치 못하지만 나와 결이 같은 사람이라는건 알겠다. 그는 이어 야마가타트윅스터 공연을 했고 그는 아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부끄러워했다.
공연이 끝나고서 내게 책방에 가있으라 했다. 잠시 후 책방에서 만났다. 그는 열심히 누언갈 찾더니 내게 소년중앙 씨디와 가사 인쇄물을 건네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만날 수는 있어도 대화를 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그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순간들을 잊어버릴까봐서 집 가는 길에 빠른 손으로 메모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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